[최상진 목사의 30일간 노숙자 체험기-6] 노숙자에게서 배우는 겨울나기 비결
워싱턴 DC를 포함해 동부지역에 지난달 ‘재난’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극심한 폭설이 내렸다. 영하권의 기후에 노숙자들을 포함해 일부 사람들이 동사했다. 추운겨울, 특히 눈이 내리는 겨울은 노숙자들에겐 눈꽃축제의 밤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과연, 노숙자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며,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가? 노숙자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스레 생존본능을 통해 추위를 이겨내는 다양한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우선, 우리가 아는 대로 노숙자전용 쉘터에서 몸을 녹인다. 그러나 쉘터에서는 규칙이 엄격하고 자신의 소지품들을 분실할 가능성이 많다. 일부 노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나 빌딩 지하에서 지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노숙자 고수들의 겨울나기 비법을 알아보자. 첫째, 추운 겨울 거리에서 잠을 자도 끄떡없는 이유는 옷을 많이 껴입거나 담요를 많이 덮고 자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슬리핑백을 두터운 비닐 천으로 뒤집어씌우기 때문이다. 비닐 안엔 외부공기가 쉽게 들어올 수 없어 충분히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체온으로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미국의 경우 노숙자들은 지하철이나 큰 빌딩의 환기구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특히 미국의 수도 DC의 경우 대형 공공건물 주변에는 커다란 환기구가 밖으로 나와 있다. 아무리 추워도 담요 두 장이면 끝이다. 한 장은 바닥에 그리고 다른 한 장은 덮는 이불로 사용하면 된다. 나도 체험을 해 보았는데 뜨끈뜨끈한 사우나탕에 누워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방법이기도하다. 차가운 몸은 따뜻한 스팀으로 달구어졌지만, 이불은 더운 스팀으로 촉촉이 졌어있기 때문에 일단 담요 밖으로 나오면 바로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이때는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가는 것이 좋다. 셋째, 지하도에 몸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지하도에서는 화장실을 적절히 이용하면 좋다. 대부분 미국의 지하도에 있는 화장실 내부는 매우 따뜻하다. 뉴욕 맨해튼 지역의 지하철이나 버스터미널에 가면 많은 노숙자들로 북적거린다. 소변 혹은 대변을 위해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고단수 노숙자들은 전기히터 시스템을 갖춘 좌변기가 있는 빌딩의 화장실을 몰래 찜해놓고, 아예 앉아 한숨을 자고 나온다. 얼어붙은 몸을 쉽게 녹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불행하게도 미국에는 좌변기에 히터 시스템이 있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 넷째, 얼어붙은 손을 화장실의 따스한 물에 오랜 동안 담그는 방법이다. 3분만 따스한 물을 틀어 손을 담그면 온 몸에 열기가 돋는다.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노숙자들은 재빨리 자리를 옮겨 다른 수도꼭지를 찾는 지혜도 갖고 있다. 다섯째는 넷째와 비슷한 수법으로, 손을 말리는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화장실의 경우 드라이기가 가슴이나 어깨 높이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간혹 노숙자들이 손을 데우는 것뿐 아니라, 팔뚝, 어깨, 심지어 머리와 등까지 몸을 녹이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언젠가 늦은 저녁 뉴욕 맨해튼 펜 스테이션에서 노숙자체험을 할 때였다. 여자화장실에서 흑인 여성 노숙자와 백인 여성 행인과 싸움이 일어났다. 경찰들이 동원되고 사람들이 화장실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싸움의 원인은 흑인 여성노숙자가 손을 말리는 드라이기를 너무 오랜 동안 혼자 쓰고 있자 백인 여성이 짜증을 내며 던진 말이 싸움이 되었다.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노숙자가 온종일 밖에서 떨다 얼어붙은 몸을 잠시 녹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간혹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친구들과 이야기 중에 왜 이렇게 화장실에 노숙자들이 많이 있느냐고 서로 물어본다. 대부분 볼일을 보려는 것보다는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는 생존본능의 몸부림일 뿐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노숙자들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는 너그러움도 추운 겨울 불우한 이웃을 향한 멋진 선물이라고 본다. 물론 저들에게 따스한 외투, 장갑, 양말을 직접 선물해 주는 사랑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지만….